그녀는 옷보다 먼저 태도를 입는다
이효리는 언제나 남다른 결을 지닌 인물이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답게’ 존재할 줄 안다. 그런 그녀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00회 특집에 등장했다.
지난 23일, 유퀴즈 공식 유튜브에 300회를 축하하러 온 슈퍼스타로 소개된 이효리는 오랜 인연이 있는 프로그램답게 등장부터 강렬했다. 그날도 그녀는 변함없는 ‘이효리’였다.
등장하자마자 시선은 단번에 그녀에게 집중됐다. 화려한 패턴의 실크 드레스, 대담한 액세서리, 그리고 올백으로 넘긴 머리. 마치 영화 속 장면을 실현한 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이는 “승려 같다”라고 말했고, 어떤 이는 “이효리니까 소화 가능한 룩”이라며 감탄했다.
그리고 곧 밝혀졌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무려 656만 원 상당의 생로랑 2025 SS 컬렉션 제품이었다. 그 순간, 이효리의 선택은 단순한 ‘룩’이 아닌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Yves Saint Laurent – 자유를 사랑한 브랜드, 그 위대한 전통을 입다
생로랑은 단순히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1961년, 입생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파리에서 설립한 이 하우스는 처음부터 ‘자유’를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프랑스의 그래픽 아티스트 카상드르가 디자인한 ‘YSL’ 로고는 여전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고 있다.
생로랑은 1966년, 고급 기성복 라인 ‘리브 고슈(Rive Gauche)’를 선보이며 패션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혁신적인 브랜드로 거듭났다. 영화 의상 제작, 남성복 라인의 확장, 오리엔탈 무드의 향수 론칭 등, 생로랑은 그 시대의 감성과 문화 속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왔다.
이효리가 선택한 드레스도 그 오랜 전통 위에 놓여 있다. 멀티컬러 페이즐리 패턴의 실크 트윌 드레스는 고전적인 조형미와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드레스이다. 유연한 실루엣은 우아하지만 동시에 과감하고, 부드러운 천의 결 안에 단단한 태도가 담겨 있다. 마치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려는 생로랑의 철학을, 이효리라는 인물을 통해 구체화한 장면이었다.
나도 그 장면을 보고 처음엔 의아했다. 과연 저 룩이 방송에 어울릴까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묘하게 끌렸다. 이효리는 그저 예쁜 옷을 고른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담은 태도’를 입은 것이었다.
실크 트윌과 생로랑 룩 18 – 감각이 움직이는 순간
이효리가 착용한 드레스는 단순히 고가의 명품이 아니었다. 감각을 자극하고, ‘디테일이 감정을 이끄는 방식’에서 특별함을 지닌 작품이었다. 공식 명칭은 Dress in paisley silk twill, 2025 SS 생로랑 컬렉션의 18번째 룩이다. 말 그대로, 멀티컬러 페이즐리 패턴이 은은한 광택의 실크 트윌 위에 얹혀 있는 디자인이다.
실크 트윌 소재는 움직일 때마다 결이 살아나며, 이효리가 받는 조명과 빛의 각도에 따라 옷의 표정이 달라진다. 화면 속 이효리가 미묘하게 움직일 때마다 옷도 함께 호흡하듯 살아 있었고, 그 감각의 흐름이 보는 이의 시선을 머물게 만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디테일은 허리 라인의 벨트 장식이다. 마치 가죽 벨트를 연상시키는 듯한 구조적인 요소가 드레스에 통합되어 있어, 이 옷은 단순한 원단의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과감한 패턴 속에서도 절제된 힘이 느껴졌고, 그 미묘한 균형이 이효리의 존재감과 어우러지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 드레스는 생로랑이 추구해 온 ‘패션은 예술이며, 태도의 표현’이라는 신념이 이 한 벌에 담겨 있었다. 때로는 낯설고 과감한 선택이 불편함을 줄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스타일은 결국 그 불편함을 뚫고 나오는 용기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그냥 입으면 내 매력 사라져요” – 진짜 나를 입는다는 것
이효리는 예고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입으면 내 매력 사라져요. 마음 가는 대로 입고 싶어요.”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이 한 문장이 이번 룩의 본질을 명확하게 설명해 줬다.
그녀에게 옷은 단지 꾸미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과 에너지를 외부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때론 과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는 옷을 입는다. 과거에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그냥 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고백했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렇지 않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옷을 선택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문득 내 옷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춘 선택들, 사실 내가 좋아하지도 않던 옷들. 그런 선택이 오히려 나를 잃게 만든다는 걸 이효리의 태도를 통해 다시 깨달았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 여름, 조금 더 나답게 입어보자고.
결론 – 이 여름, 나도 나를 입는다
이효리가 입은 생로랑 드레스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태도였고, 브랜드가 지켜온 가치와 맞닿아 있었다. 그 안에는 자유, 예술, 그리고 진정성 있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이번 여름, 나도 그런 하루를 살고 싶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내 기분을 존중하며,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한 벌의 옷이 때로는 삶을 바꾸기도 하니까.
결국 우리는,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라 '그 옷을 어떻게 입느냐'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