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과잉되고 있는 시대다. 정보도, 이미지도, 감정도 과잉된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덜어냄’에서 오는 해방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옷에도 스며들었다. 미니멀 디자인은 단순한 패션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보여주기’보다 ‘느껴지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언어다.
2025년. 거리 위의 옷들은 더 조용해졌고, 더 정제되었고, 더 깊어졌다. 그 안에는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철학이 담겨 있다. 지금 소개할 브랜드들은 바로 그 ‘비움’ 안에 ‘이야기’를 담아낸 미니멀의 정수다.
아우브아워 (AUBOUR) – 절제의 미학, 감성의 결합
이 브랜드를 처음 마주했을 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잔상이 남았다. 로고마저도 하나의 디자인으로 보일 만큼 절제된 조형. AUBOUR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옷’을 만든다. 단정한 셔츠, 너그러움이 담긴 와이드 팬츠, 차분한 톤의 셋업. 어쩌면 아주 평범할 수 있는 아이템인데, 몸에 입히는 순간 그 단순함 속에 자신만의 온도가 느껴진다.
2025 S/S 시즌에서는 더욱 부드럽고 여백이 강조된 실루엣이 돋보인다. 특히 리넨과 코튼의 자연스러운 텍스처는 그 자체로 감정을 말한다. 이 브랜드의 옷은 마치 오래된 친구 같다.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나 옆에 있고,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감성의 균형을 아는 이들에게 아우브아워는 더 이상 '신인'이 아니라, '기준'이 된다.
COS (코스) – 미니멀의 정석, 북유럽 감성의 구조미
COS는 우리가 미니멀 패션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만든 브랜드일지도 모른다. 깔끔한 컷팅, 군더더기 없는 라인, 그리고 착용자 중심의 실루엣. 북유럽의 차분함과 도시적 세련미가 동시에 느껴진다. COS는 H&M의 하이엔드 라인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독립된 미니멀의 철학을 구축했다.
2025년 컬렉션에서는 ‘움직임의 미학’이라는 콘셉트 아래 다양한 구조적 셔츠와 와이드 슬랙스가 등장했다. 옷 하나하나가 마치 건축물처럼 공간을 만든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속엔 디자이너의 치밀한 계산과 배려가 담겨 있다. 이 브랜드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돈해 주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강하게 빛난다.
LEMAIRE (르메르) – 시간의 결을 입다
르메르의 옷은 시간을 입는다.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그 옷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있어진다. LEMAIRE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만든 브랜드로, 기능성과 우아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미니멀을 완성시킨다.
2025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에서는 물 흐르듯 떨어지는 실루엣, 깊이 있는 어스 컬러, 고요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특히 단추 하나, 절개선 하나까지도 감정의 흐름을 담아내는 디테일은 감탄스럽다. 르메르의 옷을 입으면, 사람은 말수도 줄고, 제스처도 작아진다. 마치 옷이 감정을 눅여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 하는 말’이고, ‘옷이 들려주는 스토리’다.
결론 – 디자인이 말이 되는 순간들
2025년, 미니멀 디자인 브랜드들은 여전히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아우브아워는 삶의 온도를 말하고, COS는 공간과 구조를 디자인하며, 르메르는 시간과 감정을 녹여낸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덜어냄으로써 더 채우는 것.' 옷이 단지 옷이 아닌, 하나의 언어이자 태도이자 이야기로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진짜 '패션'을 입게 된다.
이제 당신에게 묻는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옷으로 표현하고 싶은가?